2026년 10월 25일 일요일오늘의 뉴스
빈자리 곁에 머무시는 하나님
이태원 참사 4주기, 아직 아물지 않은 유가족의 빈자리 앞에서 하나님은 마음이 상한 자들과 가까이 계시며 눈물을 닦아 주시고, 우리는 정의를 행하는 삶으로 그 곁에 함께 서도록 부름받았음을 나눕니다.
여호와께서는 마음이 상한 자들과 가까이 하시며 중심에 통회하는 자들을 구원하시는도다
시편 34:18
하나님이 그들의 모든 눈물을 씻어 주시사 다시는 사망이 없고 애통하는 것이나 곡하는 것이나 아픈 것이 다시 있지 아니하리니 처음 것들이 다 지나갔음이러라
요한계시록 21:4
사람아 선한 것이 무엇인지 여호와께서 네게 보이신 것 곧 정의를 행하며 인자를 사랑하며 겸손하게 네 하나님과 함께 행하는 것이 아니냐
미가 6:8
오늘 아침 한겨레 기사를 읽으며 마음이 무거워지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에서 목숨을 잃은 160명을 기억하는 시민추모대회가 서울광장에서 열렸고, 참사 이후 트라우마를 견디다 지난 4월 세상을 떠난 상인 한 분이 희생자로 공식 인정되어 그 수가 한 명 더 늘었다는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4년이 지났지만 유가족에게 시간은 아무 위로가 되지 못했다고 합니다. 한 유가족은 “우리 아이들의 빈자리는 단 하루도 익숙해지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이 한 문장 앞에서 우리는 그저 조용히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습니다. 위로의 말을 건네기도 조심스러운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먼저 이 아픔 곁에 계신 하나님을 함께 바라보고 싶습니다.
성경은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이렇게 증언합니다. “여호와께서는 마음이 상한 자들과 가까이 하시며 중심에 통회하는 자들을 구원하시는도다”(시편 34:18). 하나님은 멀리서 사건을 바라보기만 하시는 분이 아니라, 마음이 부서진 사람 곁으로 가까이 오시는 분입니다. 기사 속에서 외국인 유가족들이 서로를 끌어안고 위로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말이 통하지 않는 먼 나라에서 날아와 같은 아픔을 나눈 사람들이 말없이 서로의 등을 두드리는 모습입니다. 그 품이야말로 하나님이 마음 상한 자들에게 주시려는 가까움을 우리에게 보여 주는 한 장면이 아닐까요. 하나님은 우리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에 계시지 않습니다.
유가족들은 여전히 “진상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달라진 게 없다”고 말합니다. 진실을 찾는 일은 더디고, 그 과정에서 상처는 다시 열리기도 합니다. 그럴 때 우리가 붙잡을 수 있는 것은 하나님이 모든 일의 마지막을 어떻게 맺으실지에 대한 약속입니다. 요한계시록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하나님이 그들의 모든 눈물을 씻어 주시사 다시는 사망이 없고 애통하는 것이나 곡하는 것이나 아픈 것이 다시 있지 아니하리니”(요한계시록 21:4). 지금 이 순간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고 해서 하나님이 그 눈물을 잊으신 것은 아닙니다. 하나님은 흘린 눈물 한 방울 한 방울을 기억하시고, 언젠가 그것을 직접 닦아 주실 분입니다. 그 약속 앞에서 오늘의 고통은 끝이 아니라 기다림의 자리가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그저 기도만 하고 있으면 되는 것일까요. 기사 속 유가족은 ‘복수가 아닌 정의’를 원한다고 분명히 말했습니다. 이 호소는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무엇을 요구하시는가 하는 질문입니다. 미가 선지자는 이렇게 답합니다. “사람아 선한 것이 무엇인지 여호와께서 네게 보이신 것 곧 정의를 행하며 인자를 사랑하며 겸손하게 네 하나님과 함께 행하는 것이 아니냐”(미가 6:8). 정의를 행한다는 것은 거창한 정치 구호를 외치는 것이라기보다, 진실을 외면하지 않고 약한 자의 목소리를 끝까지 들으며, 같은 사회 안에서 서로의 안전을 소홀히 하지 않는 태도를 뜻합니다. 우리 각자가 할 수 있는 작은 정의는 아파하는 이웃의 이야기를 함부로 잊지 않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바울은 교회 공동체에게 이렇게 권합니다. “기뻐하는 자들과 함께 기뻐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로마서 12:15). 이 말씀은 우리가 유가족의 모든 아픔을 해결할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적어도 그들과 함께 울 수는 있다고 알려 줍니다. 이번 주에 유가족들이 참사 현장을 찾아 헌화하고, 27일에는 특별조사위원회의 중간보고회가 열린다고 합니다. 그 자리에 직접 나아가지 못하더라도, 기사에 담긴 이름과 이야기를 한 번 더 읽고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우는 자들과 함께 우는 일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기도 가운데 희생자들의 이름을 부르는 일도 그 한 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혹시 오늘 여러분의 마음에도 채워지지 않는 빈자리가 있으신가요. 사랑하던 사람을 떠나보냈거나, 익숙했던 자리가 이제는 낯설어졌거나, 아직 말하지 못한 슬픔이 가슴 깊이 가라앉아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그 자리를 그대로 하나님 앞에 내려놓으시기를 권합니다. 하나님은 그 빈자리를 덮어 버리라고 요구하지 않으십니다. 대신 그 자리 곁에 머무시며, 우리가 울 수 있도록 기다려 주십니다. 이 주간에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과 유가족, 그리고 아직 진실을 기다리는 모든 이들을 위해 함께 기도하며 걸어가 봅시다.
기도
마음이 상한 자들과 가까이 계시는 하나님, 이태원에서 사랑하는 이를 잃은 유가족들의 빈자리를 기억하여 주시고 그들의 눈물을 주님의 품에서 위로해 주소서. 진실이 밝혀지고 정의가 강물같이 흐르는 날을 기다리게 하시며, 우리도 우는 자와 함께 울고 정의를 행하는 걸음을 걷게 하여 주소서. 주님의 약속대로 모든 눈물을 닦아 주실 그날까지 우리를 붙드시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