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7일 화요일오늘의 뉴스

무거운 쇳덩이 곁에서 기다리시는 하나님

영세하고 임금이 낮은 조선업 현장의 고단함 속에서도, 하나님은 수고하는 이들의 삯과 숙련을 돌보시며 우리를 쉬게 하신다는 위로의 말씀입니다.

너는 네 이웃을 학대하지 말며 강탈하지 말며 품꾼의 삯을 밤새도록 아침까지 네 손에 두지 말지니라

레위기 19:13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마태복음 11:28

무슨 일을 하든지 사람에게 하듯 하지 말고 주께 하듯 마음을 다하여 하라

골로새서 3:23

오늘 한겨레에 실린 기사는 서남권 조선업 현장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규모가 작은 업체들이 많아 좀처럼 벗어나기 어려운 구조, 낮은 임금 때문에 숙련된 사람들이 머물지 못하는 현실, 그리고 그 속에서 과연 숙련공을 길러낼 의지가 있는가라는 물음이 담겨 있습니다. 이 기사를 읽으며 마음이 무거워지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쇳소리와 용접 불빛 아래에서 하루를 버티는 분들이 있고, 그분들의 가족들도 함께 걱정하며 지내고 있을 것입니다. 먼저 이 무게를 그대로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하고 싶습니다. 힘든 일을 해도 대가가 충분하지 않고, 내일을 장담할 수 없는 자리에 서 있다는 것은 사람을 지치게 합니다.

성경은 일하는 사람의 삯을 가볍게 여기지 말라고 분명히 말씀합니다. 레위기 19장 13절은 품꾼의 삯을 밤새도록, 아침까지 손에 두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하루의 수고에 대한 값은 그날 안에 치러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것은 오래전 이스라엘 백성에게 주신 말씀이지만, 하나님께서 노동하는 사람의 형편을 얼마나 깊이 살피시는지를 보여 줍니다. 하나님은 일하는 이의 땀과 가난을 보고 계시고, 그 정당한 몫이 미뤄지고 빼앗기는 일을 결코 가볍게 여기지 않으십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이 기사 앞에서 느끼는 불편함은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하나님의 마음과 맞닿아 있는 자리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 말씀이 우리에게 무엇을 해야 한다고 재촉하는 채찍이 되지는 않기를 바랍니다. 마태복음 11장 28절에서 예수님은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을 향해 이렇게 부르셨습니다.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예수님께서는 먼저 지친 사람을 부르시고, 그 다음에 쉼을 주십니다. 우리가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 앞에서 무력감을 느낄 때에도, 주님은 우리의 한숨을 아시고 우리를 품으십니다.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에게도, 그 현장을 바라보며 답답해하는 우리에게도 같은 초대가 주어져 있습니다. 짐을 내려놓을 수 있는 자리가 있고, 그곳은 주님의 품입니다.

골로새서 3장 23절은 우리의 일을 대하는 자세를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무슨 일을 하든지 사람에게 하듯 하지 말고 주께 하듯 마음을 다하여 하라는 말씀입니다. 이 말씀은 열악한 환경을 정당화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사람의 평가와 보상이 전부가 아닌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려 줍니다. 땀 흘려 만든 배 한 척, 용접 한 줄, 용골 하나에도 하나님께서 보고 계시고, 그 수고는 주님 안에서 결코 헛되지 않습니다. 숙련이란 결국 한 가지 일을 오래 정성껏 붙드는 데서 자라납니다. 기술을 전하는 어른의 손길과 그것을 배우려는 젊은이의 마음이 만날 때, 그 현장은 사람을 키우는 자리가 됩니다.

기사가 던지는 질문, 곧 숙련공을 기를 의지가 있느냐는 물음은 사회와 기업과 지역 모두가 함께 답해야 할 질문입니다. 저는 이 문제에 대해 특정한 해법을 말씀드릴 자격이 없습니다. 다만 신앙인으로서 분명히 기억하고 싶은 것은,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제도보다 먼저 시작된다는 사실입니다. 임금을 지급하는 사람, 일을 맡기는 사람, 기술을 가르치는 사람, 그리고 그 옆에서 함께 땀 흘리는 동료가 서로를 사람으로 대할 때, 작은 변화들이 쌓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당장 거대한 체계를 바꾸는 것이 아닐지라도, 일하는 이웃의 이름을 기억하고 그들의 수고를 존중하며 말을 건네는 일일 수 있습니다.

혹시 오늘 여러분도 직장에서, 가정에서, 혹은 어떤 자리에서 보이지 않는 짐을 지고 계신가요? 충분히 대가를 받지 못한 것 같은 억울함, 앞날이 불투명한 불안, 나만 뒤처지는 것 같은 외로움이 있다면, 그 마음을 주님 앞에 솔직히 내어놓으셔도 괜찮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수고를 잊지 않으시고, 우리가 지친 자리에서 쉼을 주시는 분이십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주어진 오늘의 일터를 사람에게 하듯 하지 말고 주께 하듯, 마음을 다해 감당하도록 힘을 더하여 주십니다. 오늘 하루, 작은 일에도 주님이 함께하심을 기억하며 조용히 한 걸음씩 걸어가시길 바랍니다.

기도

사랑의 하나님, 무거운 짐을 지고 하루를 버티는 이들을 기억합니다. 그들의 수고가 정당하게 존중받고, 배우고 자랄 기회가 열리게 하시며, 지친 마음에 주님의 쉼이 임하게 하여 주십시오. 우리도 각자의 자리에서 주께 하듯 성실히 일하게 하시고, 이웃의 삯과 삶을 돌아보는 따뜻한 마음을 주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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