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9일 목요일오늘의 뉴스
잿더미 위에서도 들으시는 하나님
화재로 집을 잃은 구룡마을 이재민들의 아픔 가운데 임시 거처와 이웃의 손길이 마련된 소식을 나누며, 불길 속에서도 함께하시는 하나님의 위로를 붙잡습니다.
여호와께서는 마음이 상한 자들에게 가까이 계시고 중심에 통회하는 자들을 구원하시느니라
시편 34:18
네가 물 가운데로 지날 때에 내가 너와 함께 하리니 강물 가운데로 지날 때에 그 물이 너를 침몰하지 못할 것이요 네가 불 가운데로 행할지라도 타지 아니하며 불꽃이 너를 사르지 못하리라
이사야 43:2
하나님은 우리의 피난처시요 힘이시니 어려울 때에 능히 만날 수 있는 도움이시라
시편 46:1
지난 27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에서 불이 났습니다. 밤새 이어진 진화 끝에 불길은 28일이 되어서야 잡혔습니다. 이 화재로 집을 잃은 이재민은 91가구 127명에 이릅니다. 기사 속 사진에는 이 마을에서 38년을 살아왔다는 한 주민이 아직 연기가 남은 현장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 뒷모습을 떠올리니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평생 쌓아 온 삶의 자리가 하루아침에 사라졌을 때, 우리는 무슨 말로 위로를 건넬 수 있을까요. 먼저 이 일을 겪는 분들의 아픔을 가볍게 여기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이 글을 시작하고 싶습니다.
다행히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가 긴급임시사용주택 96채를 확보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강남구에 신청하면 즉시 이주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두었다고 합니다. 집을 잃은 분들이 당장 잠잘 곳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도록 행정과 이웃들이 서둘러 움직이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작은 일이 아닙니다. 막막한 밤에 문을 열어 주는 손길은 그 자체로 하나님의 자비가 사람을 통해 흘러가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물론 임시 거처가 잃어버린 세월과 추억을 되돌려 주지는 못합니다. 그럼에도 오늘 하루를 버틸 수 있는 자리가 생겼다는 사실은, 절망 속에서도 숨 쉴 틈이 열린다는 뜻이 되기에 감사한 일입니다.
성경은 깊은 슬픔 가운데 계신 분들을 향해 이렇게 말씀합니다. “여호와께서는 마음이 상한 자들에게 가까이 계시고 중심에 통회하는 자들을 구원하시느니라”(시편 34:18). 하나님은 멀리 계신 심판자가 아니라, 상한 마음 곁에 가까이 앉아 계시는 분이십니다. 불에 그을린 집터를 바라보며 눈물 흘리는 그 주민의 곁에도 하나님이 계십니다. 말이 나오지 않는 날에도, 기도조차 잘 되지 않는 날에도 하나님은 우리의 신음을 듣고 계십니다. 우리가 무엇을 잘해서가 아니라, 상한 마음을 가진 그 자체로 하나님의 가까이 하심을 입는다는 사실이 큰 위로가 됩니다.
이사야 선지자는 고난의 불길이 닥쳐올 때에도 약속하셨습니다. “네가 불 가운데로 행할지라도 타지 아니하며 불꽃이 너를 사르지 못하리라”(이사야 43:2). 이 말씀은 불을 겪지 않게 하겠다는 약속이라기보다, 불 가운데서도 나와 함께하겠다는 약속입니다. 실제로 그 화염은 집을 태우고 삶의 터전을 앗아 갔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 불길보다 더 가까이 계셨고, 이재민들을 끝까지 붙드셨습니다. 어떤 분은 이 일을 겪으며 “하나님이 왜 막지 않으셨을까” 하고 물을지도 모릅니다. 그 질문을 가진 마음까지도 주님은 품으시니, 의심과 원망조차 기도의 자리로 가져가도 괜찮습니다.
시편 기자는 또 이렇게 고백합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피난처시요 힘이시니 어려울 때에 능히 만날 수 있는 도움이시라”(시편 46:1). 피난처는 폭풍이 지나가는 동안 몸을 숨기는 곳입니다. 오늘 임시 거처로 옮겨 가는 이재민들에게 그 자리가 바로 잠시의 피난처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하나님 자신이 더 깊은 피난처이심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사람의 도움이 충분하지 않게 느껴질 때, 하나님은 여전히 가장 가까운 도움이십니다. 그러니 오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이웃들을 위해 기도하고, 필요한 도움에 작은 손이라도 보태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우리의 삶에도 이 말씀을 적용해 봅시다. 우리 주변에도 갑작스러운 상실로 마음이 무너진 이웃이 있을지 모릅니다. 그 사람에게 “괜찮아질 거야”라는 말보다, 조용히 곁에 앉아 주는 시간이 먼저일 때가 많습니다. 또 무언가를 잃은 분들께 전할 수 있는 실질적인 나눔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성도로서 우리는 하나님이 우리를 위로하신 그 위로로, 고통받는 이웃을 위로하도록 부름받았습니다(고린도후서 1:4). 작은 관심과 기도 한 줄, 그리고 실제적인 도움이 모일 때 하나님의 위로는 구체적인 얼굴을 갖게 됩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지금 마음속에 무너진 자리가 있다면 조용히 주님 앞에 내려놓으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잃은 것을 하나님은 다 아시고, 우리가 흘린 눈물을 하나님은 버리지 않으십니다. 불길이 지나간 자리에도 하나님의 긍휼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오늘 하루, 아픔을 겪는 이웃들이 안전한 잠자리와 따뜻한 사람들의 돌봄을 누리기를 함께 기도합시다. 그리고 여러분 자신도 주님의 품에서 쉼을 얻으시기를 바랍니다.
기도
하나님 아버지, 구룡마을 화재로 집과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을 기억합니다. 상한 마음을 가까이 품어 주시고, 두려움 가운데 있는 이들에게 안전한 쉼터와 따뜻한 손길을 허락하여 주옵소서. 불길보다 더 크신 주님의 임재를 느끼게 하시고, 우리가 이웃을 향해 위로와 나눔을 실천하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