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31일 토요일오늘의 뉴스

슬픔으로만 남지 않을 거리에서

이태원 참사 4주기를 앞둔 거리에 놓인 열두 번째 빌보드와 추모의 말들을 보며, 상한 마음 가까이 계신 하나님께 기대어 눈물이 마지막 말이 되지 않는 소망을 붙들어 봅니다.

여호와께서는 마음이 상한 자들과 가까이 하시며 중심에 통회하는 자들을 구원하시는도다

시편 34:18

즐거워하는 자들로 더불어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로 더불어 울라

로마서 12:15

하나님이 그들의 모든 눈물을 씻어 주시사 다시는 사망이 없고 애통하는 것이나 곡하는 것이나 아픈 것이 다시 있지 아니하리니 처음 것들이 다 지나갔음이러라

요한계시록 21:4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서울 용산구의 ‘10·29 기억과 안전의길’에 다시 한 장의 빌보드가 걸렸습니다. 4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 28일, 영화포스터 디자이너 박시영 씨가 디자인한 열두 번째 빌보드의 개막식이 열렸고, 전날에는 추모 메시지가 거리 곳곳에 붙었다고 합니다. 기사의 제목처럼 ‘이 거리가 슬픔으로만 남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그 거리 위에 조용히 내려앉아 있습니다. 핼러윈을 맞아 사람들이 다시 모이는 거리에서, 어떤 이들에게는 축제의 밤이 아니라 가장 아픈 기억이 되살아나는 밤일 것입니다. 이 소식을 읽으며 마음이 무거워진 분이 계시다면, 먼저 그 무거움을 그대로 인정해도 괜찮습니다.

4년이라는 시간은 달력으로는 길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가족에게는 어떤 날은 어제 일처럼 가깝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시간이 흐른다고 상처가 저절로 아무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압니다. 그래서 위로는 종종 ‘잊으라’는 말이 아니라 ‘곁에 있겠다’는 말로 다가옵니다. 성경은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이렇게 알려 줍니다. “여호와께서는 마음이 상한 자들과 가까이 하시며 중심에 통회하는 자들을 구원하시는도다”(시편 34:18). 하나님은 멀리서 우리의 아픔을 구경하시는 분이 아니라, 마음이 부서진 자들 곁에 가까이 오시는 분이십니다. 그 사실이 오늘 누군가에게는 버틸 힘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거리에 붙은 추모 메시지와 빌보드 한 장 한 장은 누군가 잊지 않으려고 손으로 남긴 흔적입니다. 말로는 다 담기지 않는 마음을 글자로 써 붙이고, 그 앞에 발걸음을 멈추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성경은 이렇게 권합니다. “즐거워하는 자들로 더불어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로 더불어 울라”(로마서 12:15). 유가족의 눈물을 대신 흘릴 수는 없어도, 그 눈물 곁에 함께 서 있는 것만으로도 이웃은 덜 외롭습니다. 오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기사 한 줄을 끝까지 읽고, 기도 한 번 하고, 그 이름과 기억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 마음을 지키는 것입니다. 그것이 사랑이 머무는 방식입니다.

한편 핼러윈처럼 사람이 많이 모이는 날을 앞두고 불안을 느끼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자녀를 둔 부모님, 그 거리 근처에서 일하는 분들, 이미 한 번 큰 상처를 겪은 가족과 친구들은 특히 더 마음을 졸이고 있을지 모릅니다. 이런 두려움 앞에서 신앙인은 무조건 괜찮다고 말하기보다, 솔직하게 하나님 앞에 내려놓는 법을 배웁니다. 시편 기자들도 종종 울부짖으며 기도했습니다. 탄식은 믿음이 없다는 증거가 아니라, 우리가 하나님을 향해 여전히 말을 걸고 있다는 표지입니다. 오늘 불안한 마음이 있다면 그것을 숨기지 말고 기도의 자리로 가져가 보십시오. 하나님은 우리의 떨림을 외면하지 않으십니다.

그렇다고 이 땅의 슬픔이 영원하다고 말씀하시지는 않습니다. 성경은 마지막 날의 모습을 이렇게 그립니다. “하나님이 그들의 모든 눈물을 씻어 주시사 다시는 사망이 없고 애통하는 것이나 곡하는 것이나 아픈 것이 다시 있지 아니하리니 처음 것들이 다 지나갔음이러라”(요한계시록 21:4). 이 약속은 지금의 아픔을 가볍게 만들려는 말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아픔이 하나님 앞에서 마지막 말이 아니라는 선언입니다. 우리가 흘리는 눈물을 하나님은 기억하시고, 그 눈물을 닦아 주실 날을 이미 준비하고 계십니다. 그러니 오늘 우리가 붙드는 기억과 추모는 절망의 흔적이 아니라, 그 약속을 향해 걸어가는 작은 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우리의 일상에도 몇 가지 작은 실천이 가능합니다. 먼저 이 거리에서 희생된 이들과 그 가족들을 이름과 얼굴을 떠올리며 한 번 기도해 보십시오. 가까운 이웃 가운데 이 날이 아프게 다가오는 사람이 있다면 안부를 물으며 “많이 힘들지요”라고 말을 건네 보십시오. 그리고 나와 가족이 있는 자리에서 서로의 안전을 챙기는 작은 주의를 잊지 않는 것도 사랑의 실천입니다. 거창한 결단보다, 지금 이 자리에서 누군가를 기억하고 살피는 평범한 충성이 하나님 나라의 모습에 가까울 때가 많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이 거리가 슬픔으로만 남지 않길 바라는 마음은 결국 우리가 소망을 놓지 않겠다는 고백입니다. 아픔은 분명히 실재하지만, 그 아픔을 아시는 하나님께서 끝내 우리를 붙드십니다. 오늘 하루도 상한 마음 곁에 계신 주님께 기대어, 눈물이 있는 자리에서 서로의 곁을 지키는 평안한 걸음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기도

마음이 상한 자들과 가까이 계신 하나님, 이태원의 거리를 기억하며 떠난 이들과 그 가족들을 주님의 품에 맡깁니다. 이 날을 앞두고 불안해하는 이웃들을 지켜 주시고, 우리가 서로의 눈물 곁에 함께 머물게 하여 주십시오. 언젠가 모든 눈물을 닦아 주실 주님의 약속을 붙들고, 오늘 하루도 주님의 평안으로 걷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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